화장장 건립, 2018년의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화장장 건립, 2018년의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 이명우
  • 승인 2024.02.05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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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두꺼운 보고서를 읽을 때 처음부터 정독하지 않는다. 목차를 확인한 후 책장을 세듯 책장을 넘기며 굵은 글씨와 그와 관련 있는 내용만 훑으며 다음 읽기에서 정독할 부분을 정리한다.

그런데 그런 속독에서 멈추는 순간이 있다. 모르고 있던 새로운 정보이거나, 천천히 봐야 할만큼의 가치가 있어 보이는 내용, 해당 보고서의 핵심과 관련한 부분, 그리고 이상한 내용을 보았을 때 나는 책장 넘기는 걸 멈추고 잠시 해당 내용에 집중한다.

아래 그림에서의 수치가 그중 하나다. 읽기를 멈추고 다시 보게 되었던 이유는 언뜻 봐도 엉터리라는 게 선명한 숫자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숫자는 해당 보고서의 결론을 도출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숫자였기에 나는 다시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2018913일에 보고되었다는 거제시 장사시설 수급에 관한 중장기 계획 (2018~2022)최종 연구보고서 123페이지에 나오는 여러 숫자 중에서 가장 의아했던 숫자는 화장 지원금 액수다.

2018년부터 2052년까지 매해 똑같은 25만 원이 책정되어 있다. 향후 35년간 비용에 있어 물가 상승 등의 어떤 고려도 없는 금액이다. 언뜻 봐도 보편적 상식을 벗어나는 금액 책정이다. 단순 실수일까? 아니면 보고서만의 금액 산정 기준이 따로 있나? 등을 살피니 그건 아니다.

그림 오른쪽 마지막 NPV에서는 (사회적) 할인율 4.5%를 매해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식선에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제성을 분석하며 수천만 원짜리 보고서를 작성하는 전문가 집단이 NPV에서는 물가 상승 및 화폐 가치 변동에 따른 할인율을 적용했는데 미래 35년간 화장 지원금에 있어선 어떤 고려도 없이 똑같은 금액으로 설정하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혹시 거제시는 시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보고서라는 공적 절차를 빌어 시민을 속이는 끼어맞추기식 숫자 놀음을 한 건 아닌가? 너무 이상한 숫자에 나는 이런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당장 2022년부터 통영 추모공원(이하 통영 화장장)이 화장 비용을 80만 원으로 책정함으로써 거제시의 화장 지원금은 25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승하는데 이런 화장 비용과 화장 지원금은 보고서 작성 당시인 2018년에도 충분히 추정 가능한 금액이었다.

아니 그렇게 추정했어야 할 금액이었다. 이미 그 당시 다른 도시 지역 화장장의 관외 화장 비용은 7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2022년 문을 열게 될 신축 통영추모공원 역시 비슷한 금액대가 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되고 그렇게 예상했어야 할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 보고서에서 적용된 4.5%의 사회적 할인율 적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자 부담이나 감가상각 등 없이 오직 화폐 가치 변동 말고는 고려 사항이 없는 매우 단순한 수식에서 4.5%라는 작지 않은 사회적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쉽게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해당 보고서는 설명한다. 화장 지원금 유지 시 총지원금액 16,146,985,000, 총지원금액 NPV7,446,552,000 / 화장장 설치 시 총지출금액 17,000,000,000, 총지출금액 NPV15,427,693,000. 이 수치를 토대로 보고서에 담긴 결론은 “2018년부터 2052년까지 화장지원금을 유지할 경우 NPV(현재 가치) 기준 -7,446,552,000원의 현금 흐름이 발생하고 화장시설 설치의 경우 NPV 기준 -15,427,691,000원의 현금 흐름이 발생하므로 화장 지원금을 유지하는 것이 우위에 있다.“

그러나 2022년부터 당장 현실이 되었던 화장 지원금 50만 원을 적용하면 화장 지원금 유지 시 NPV와 화장시설 설치 시 NPV 두 수치는 대등하게 되고 이후 미래 특정 시점 화장 지원금이 상승할 수 있음을 고려했다면 보고서에 기재된 숫자는 역전한다.

외 미래 특정 연도별 사망자 수를 예측하고 통영 화장장의 화장 능력을 검토하고 화장 등 장사 관련 시설이 보고서 작성 기준 35년은 물론이고 50년 뒤에도, 70년 뒤에도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면 보고서의 결론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이는 경제성을 분석하는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개 시민이 상식선에서 할 수 있는 너무 쉽고 아주 당연한 추론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 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인 기준(화장 지원금)이 일반인도 누구나 가지는 상식, 그 상식의 밖에 있는 금액으로 설정된 것에 나는 이미 정해 놓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의도적으로 설정된 수치는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숫자에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위 그림에 등장하는 지원금액 숫자가 이상하다고 여길 것이다. 화장 지원금 25만 원에 건수를 곱하면 비용은 **0으로 끝나야 하지만 보고서엔 **3, $$4, ##9, @@5 등으로 끝나고 있다. 단순한 곱하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엉터리라는 얘기다. 232040년의 경우, 화장 2,032건에 25만 원 지원금이면 508,000,000원으로 ‘508,000’이어야 하지만 보고서엔 ‘507,903’으로 기재되어 있다.

박종우 시장의 시립 화장장 건립이라는 시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깨고 통영추모공원(통영 화장장) 공동 사용을 추진하는 지금 6년 전 보고서를 들추어내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같은 실수,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 그 이유고 혹여 숫자 놀음으로 시민을 속이는 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은 애초에 하지 말자는 게 그 이유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시민을 속이는 숫자 놀음을 걱정하면서 필자는 박종우 시장께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 박종우 시장은 아래 실재하는 숫자를 놓고 시민의 질문에 답하고 미래를 설명하셨으면 한다.

 

- 위 숫자만 놓고 여러 사항을 수학적, 사회적, 의학적, 과학적 등으로 고려하지 않고 거제시에서 발주한 용역 보고서가 하던 수준으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앞으로 25년 후, 30년 뒤엔 통영과 거제 두 지자체의 사망자 수는 1년에 7,000명을 넘을 수 있다.

- 지난해 2023년 두 지자체 사망자 2,200명 수준에서 통영추모공원 하루 화장 최대 가능 회차인 9회 이상이었던 날이 60일이었다.

아래는 박종우 거제시장님께 드리는 질문과 글입니다.

[질문 1] 시장님은 두 지자체 연간 사망자가 5,500, 6,000명인 시기가 도래했을 때 통영추모공원 화장 능력과 그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추정하고 계시는지요?

참고로 무작정 회차를 늘리는 건 시민의 불편만 가중한다고 지난 글에서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수백억 예산을 집행해 미래 확정된 시민의 불편을 사는 건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 아니라는 것도 지난 글에서 언급했습니다아울러 사망자 수는 매일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화장로 1기당 1년 화장 능력은 365회로 설정해선 안 된다는 것도 말했습니다. 현실에선 화장로 1기당 1회차 기준 1년 화장 능력은 250회에서 270회 정도로 설정해야 화장로 부족으로 발생할 문제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2] 현재 거주 인구로 봤을 때 미래 특정 시점엔 거제시 사망자 수가 통영시 사망자 수를 세 배 이상 능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구 구조에서 거제시가 화장장 등 장사 시설을 보유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시민 불편에 대해 고민하셨는지요? 고민하셨다면 대책은 어떤 게 있을는지요?

[질문 3] 현재 두 지자체 거주 인구와 사망자 수 증가 추이를 봤을 땐 통영추모공원 화장로 1기 증설, 예비 화장로 일상 가동, 14회차 운영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빠르면 20년 후, 25년 후 통영추모공원 증축 및 신축 이슈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필자의 주장에 대한 시장님의 의견과 동의하신다면 대책은 무엇인지요?

[질문 4] 가정해서 이번 합의로 우리 거제시는 통영추모공원을 30년간 공동 사용했습니다. 수백억 예산도 집행했습니다. 그러나 30년 후에도, 50년 후에도 우리 거제시는 화장장 등 장사 시설이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 우리 거제시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백억 예산을 집행했지만, (화장장 부지), 건물도, 도로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준비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30년 후 시점부터 이후 10년은 거제시에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을 10년입니다.

거제시 백 년을 디자인하시겠다던 박종우 시장님, - 비꼼이 아닙니다. 필자는 시장님의 백 년 디자인에 박수를 보내고 칭찬하고 응원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4년 임기 시장이라도 백 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자세는 멋지다 했었습니다. - 이에 시장님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요?

 

수원시 연화장(화장장 승화원과 장례식장)

시장님, 거제 시립화장장 건립과 통영추모공원 공동 사용을 두고 실재하는 숫자를 놓고 정책 결정에 관계된 사람들과 다시 의논하고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혹여 우리가 알 수 없는 거제시립화장을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과 상황이 있다면 그냥 현행 그대로 두십시오. 우리는 거제시와 거제 시민의 30년 미래, 50년 미래, 100년 미래를 놓고 따지고, 따지고 엄밀히 따져 계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4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임기라 하더라도 시민이 동의한다면 시장님에게 거제시 100년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그러나 4년 임기의 시장에게 거제시 미래 30년 미래, 50년 미래, 100년 미래에 대못을 박을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점 거제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꼭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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