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열] 당당히 용기를 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열사의 이름을 팔아 그 앞을 가로막은 대우조선지회!
[기고:김정열] 당당히 용기를 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열사의 이름을 팔아 그 앞을 가로막은 대우조선지회!
  • 포커스 거제(Focus Geoje)
  • 승인 2023.06.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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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1차 총궐기 사진: 거통고조선하청지회

1년 만에 다시 뭉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5월 31일 대우조선 민주광장 옆에 200여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모여 원하청 차별 철폐, 한화오션 원청 직접교섭을 외쳤다. 하청노동자 1차 총궐기였다.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회를 진행하고, 한화오션 원청에 하청노동자 단체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만의 요구안이 아니라 모든 하청노동자의 요구였다. 

작년 6월, 노동자 한 명은 도크장 선박 위에서 0.3평 철창 속에 스스로 몸을 가두고, 6명은 블럭 난간에 올라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를 외쳤다. 출구 없는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에 질문을 던졌다. 실제 모든 권한은 원청에 있으면서 다단계 하도급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현실 속에, 하청노동자는 스스로를 철창에 가둘 수밖에 없었다. 이 투쟁은 사회적 공감을 얻었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을 촉발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높였다. 그리고 작년 연말 중앙노동위원회는 대우조선 원청이 하청지회와의 교섭을 회피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 판정했다. 

5월 23일, 대우조선해양의 마지막 주주총회를 끝으로 인수절차가 마무리됐다. 한화오션이 출범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한화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470억 손해배상 소송 취하 요구를 묵살했다. 하청노동자들의 교섭요구도 거부했다. 한화 인수 기념 선물세트도 하청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작년 파업 당시 정규직 어용, 구사대는 ‘하퀴벌레’, ‘박멸’ 등으로 표현하며 멸시와 조롱을 퍼붓고, 폭력을 서슴치 않았다. 윤석열 정권은 불법파업 운운하며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겠다 협박했다.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 5명에게 47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럼에도 하청노동자들은 다시 용기를 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청노동자 스스로 단결과 투쟁을 통해서만 이 지긋지긋한 하청노동자의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하청노동자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정규직이었다. 

하청의 행진을 가로막은 정규직

하청노동자 1차 총궐기는 5월 초부터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공유되고, 조선소 현장에 홍보됐다. 5월 중순에 현수막과 대자보가 곳곳에 부착됐다. 그러나 며칠 뒤 하청노동자 1차 총궐기 일정을 모를 수 없는 정규직 대우조선지회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사 추모제를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조합원들에게는 5·31 금속노조 총파업 참여를 위해 1시까지 집결하라고 홍보했다. 하청지회와 사전협의도 없는 일방 통보였다. 시간, 장소를 조정해 보자는 하청지회의 요청에도 대우조선지회는 막무가내였다. 

5월 31일 하청지회가 총궐기 집회를 준비하려 하자 대우조선지회에서 막아섰다. 일부는 쌍욕을 포함한 막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조선하청지회는 예정된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민주광장 옆으로 장소를 옮겼다. 차량으로 벽이 만들어지고 한쪽에서는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임금인상, 손해배상 철회를 외치는 하청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렸고, 민주광장에서는 열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이들이 염원한 세상을 만들자는 대우조선지회의 추모제가 진행되었다. 하청지회는 예정된대로 12시 45분경 총궐기 집회를 끝내고 한화오션 원청에 교섭 요구안 전달을 위해 행진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대우조선지회였다. 민주광장의 열사추모 행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 과정에서 대우조선지회 간부 한 명이 차량에 부딪혔다고 주장하며 사내 119를 불렀다. 해당 간부는 행진 차량 운전자에게 거칠게 달려들었다. 이후 이 사건은 하청지회 행진차량이 대우조선지회 상집간부를 밀어붙여 쓰러뜨린 것으로 왜곡됐다. 

“노노싸움을 유발시키지 말라”는 열사의 외침

대우조선에는 이석규, 이상모, 박진석, 박삼훈, 최대림 다섯 분의 열사가 있다. 박진석 열사는 1989년 5월 29일 오전 9시, 사측이 ‘상록회’라는 구사대를 결성하여 가입을 강요하자 분신하여 6월 4일 운명하셨다. 이상모 열사는 박진석 열사의 분신소식에 분노하며 같은 날 밤 10시 40분 경, 구사대 조직 결성 반대를 외치며 기숙사 옥상에서 분신했다. 그렇게 두 열사는 같은 날 “노노싸움을 유발시키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며 산화해 갔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노노싸움 유발하지 말라고! 자본이 만든 경계를 넘기 위해 온몸을 불사른 열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자는 이들이, 그 경계를 넘고자 몸부림치는 하청노동자들을 어찌 탄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열사들이 통곡할 일이다. 대우조선 정규직인 나는 예정된 대우조선지회 파업참여를 취소하고, 하청지회의 요구안 전달에 함께했다.

다음날인 6월 1일, 작년 하청노동자 파업 때 구사대로 나섰던 ‘우리연합’이라는 조직에서 “민주광장은 다섯 열사의 혼이 깃든 대우조선노동조합 역사의 상징”이라며 “민주광장에서의 하청지회 집회를 불허할 것을 조합에 강력히 요구”한다는 선전물을 배포했다. 6월 2일에는 “하청지회 사고차량 영구 출입금지 요청”을 하고, “차량을 운전한 하청지회 임원은 경남지부 운영위에 징계 요청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대의원 간담회 결과가 조합원들에게 전달되었다.

과연 누가 열사의 뜻을 계승하는가 

구사대(救社隊), “회사를 구하기 위한 무리, 회사의 정상 가동을 목표로 하는 업무 수행을 하는 자들”이라고 사전에 기록돼 있다. 작년 6월,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파업 투쟁을 깨뜨리기 위해 구사대가 가동되었다. 금속노조 탈퇴 총회도 진행되어 2/3를 넘지 않아 부결됐지만, 사실상 가결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런 반노동자적 행위에 대해 금속노조는 징계는커녕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하청노동자의 총궐기와 행진을 가로막은 행위에 대해 반성은커녕 차량을 운전한 하청지회 임원을 징계 요청할 계획을 밝히는 자들은 열사를 입에 올리지 말라. 과거 열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상록회’를 전신으로 하는 조직이 열사를 운운하고, 열사정신 계승을 떠드는 꼴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열사들은 대우조선 자본을 지킨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었다. 열사의 이름을 팔지 말라. 

‘전태일다리에 서서’라는 투쟁가에는 “필요할 때 소환되어 이리로 저리로 휩쓸리다, 시멘트 바닥에 두 다리 잠긴 채, 움직일 수 없게 붙박이로 세워진 나에게 꽃을 주지 마라. 여기에 나는 없다”는 가사가 있다. 대우조선 정규직의 행태가 바로 이렇다. 대우조선 다섯 분의 열사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파괴하고, 열사의 이름을 팔아 행진을 가로막는 정규직의 옆이 아니라, 470억 손해배상 소송 등 온갖 탄압에도 하청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투쟁하는 하청지회 옆에 함께했을 것이다. 열사는 가장 낮은 곳에, 핍박받는 곳에, 죽어가는 곳에, 저항하는 곳곳에 살아 있다. 

대우조선지회의 반노동자적 행위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작년 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 때 파업파괴에 나선 어용조직들을 방치하고, 금속노조 탈퇴 총회를 개최했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는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 한참이었던 작년 12월, 단체협약 실무회의록에 “사내 협력회사 직원에 대한 산업 안전보건 주체는 협력회사 사업주다”라는 합의를 했다. 올 4월에는 “이주노동자 유입, 철저한 대비로 이탈 막아야”라는 제목의 선전물을 발행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는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여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악법이라 철폐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대우조선지회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나서는 대신 이주노동자를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처럼 대우조선지회의 반노동자적 행위는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민주노조 정신의 첫 번째는 전체 노동자 단결의 정신, 계급적 단결의 정신이다. 민주노조 정신 사수를 위해, 계급적 단결의 정신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나서자.                                                                  ---김정열(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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