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정치 현수막, 시민 '피로감' '정치혐오' 키워
무분별한 정치 현수막, 시민 '피로감' '정치혐오' 키워
  • 이명우 기자
  • 승인 2023.03.25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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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여전히 4류
- 비방과 적대적 정당 현수막으로 얼룩진 관광 거제
- 최소한 준법, 위민 정치 노력해야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어느 기업인의 30여년 전 발언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할 만큼 시간이 흘렀고, 4차 산업혁명을 거쳐 과거 상상조차 못했던 신기술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4류다.

많은이들이 동의할 것이며 정치인들조차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어쩌면 정치는 도태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민들의 삶과는, ‘위민(爲民)’과는 멀어지고 있다.

지난 100일여 동안 주변에서 일어난 일, 정치인들의 ‘현수막 전쟁’을 목도하면서4류정치의 민낯을 고발한다.

4류 정치는 국민을 배려하지 않는다.

현수막 전쟁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우리(정치)는 국민과는 다르다’는 그들의 특권 의식과 그들의 정치에는 국민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다.

말로는 국민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국민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 배려가 전혀 없다.

언제나 국민의 삶이나 고충보다 정치인 자신들의 사정을 우선 고려하며 반드시 정치적 이익을 국민의 안위(安慰) 보다 우선시한다.

현수막 게첩도 그렇다.

국민은 먹고 살기위한 생업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현수막을 게첩하고, 현수막 게첩에 따른 비용을 부담한다.

비용을 낸다고 마음대로 달 수 있는것도 아니다. 지정된 장소에, 추첨을 통해서만 게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다르다. 국민들의 혈세로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정당은 특권 의식을 가진 조직답게 최소한의 설치 금지 규칙만 따르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대로, 사실상 제한 없이 게첩할 수 있다. 게첩에 따른 비용부담 또한 없다.

더 급박하고 더 절실한 사정에 놓인 국민은 정치인들이 만든 법에 따라 기회를 제한당하고 국민의 혈세를 펑펑 쓰는 정치는 스스로가 만든 법을 통해 합법적으로 제한없이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

1류 정치라면 국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고 3류 정치만 되더라도 이전과 같이 국민과 동등하게 현수막 게첩 기회를 보장했을 것이다.

▶ 2022년 정당의 보조금 및 선거비용 보전으로 민주당은 1,190억 원을, 국민의힘은 1,076억 원을 국가로부터 받았다. 국가 경제가 어렵고 국민의 삶이 힘들더라도 우리나라 제1, 제2 정당은 국민의 사정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혈세로 흥청망청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다.

▶ 2022년 11월까지는 정당도 국민과 동등한 위치였다. 적어도 현수막 게첩에 있어서만은...

그러나 지난해 6월, 정당은 현수막 게첩에 있어 무한정의 기회를 보장받겠다며 법을 개정했고 12월 11일부터 시행, 그 후 우리는 그들의 현수막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다.

상대에 대한 비방과 허위 과장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 될 수 없다.

정치권에 사실상 제한없는 현수막 게첩 기회를 부여하게 된 이유는 "헌법상 정당 활동의 자유 보호와 정당 활동의 보장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수막 게첩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인지 되묻는다.

현재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들은 대다수 상대방을 모욕하는 내용이나 근거 없는 주장들로 가득 차 있다. 시민들의 불신과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며, 적대감을 조장한다. 부작용과 역효과를 불러오는 행위가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간주될 수 있는가?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현수막을 도배한 ‘거가대교 통행료’에 관한 주장을 두고 해당 정당에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어떤 자료도 받지 못했다.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납득시킬 수 없는, 증빙 자료가 없는 주장은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현수막을 통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며 국민을 현혹하고 선동하는 행위를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용인할 수 없다.

그러나 거대정당들은 정당 활동이라 일컬을 수 없는 행위를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라 우기며 국민에게 갈 기회를 뺏고, 국민의 시선을 어지럽히며 정치 혐오까지 조장하며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작 해야 할 진짜 정당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정당 활동을 할 의지가 있다면 지역 주요 현안이나 정책과 제도에 대한 연설회, 간담회,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거리로 나가 당과 당의 정책을 홍보해야 한다. 또한 주요 지역 현안 관련한 입장을 분명하게 알리고 준비한 정책을 설명하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민과 소통하며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활동이 진정한 정당 활동이다.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네 탓”은 모리꾼(謀利꾼)들이 설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 거제시는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조선업 일자리 대책, 조선업 하청 노동자 임금 인상, 주거, 보육, 교육, 교통, 보건 등 정치인과 정당들이 시민들과 소통하고 설명하며 정책적으로 준비해야 할 현안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단순히 현수막 한 줄 주장으로 때우려는 심산이라면 거제시와 시민의 미래에는 희망이 없다 .

현수막 백번, 천 번, 만 번 걸어봐야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법을 뭉개고 어기는 4류 정치

정치권이 현수막을 마음대로 걸 수 있게 해달라고 징징거리며 난동을 부린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거제시도 정당들을 위해 정당만 게시가 가능한 정치 현수막 지정 게시대를 혈세를 들여 만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뭐가 부족해서 동네방네, 길거리마다 현수막만 달고 있을까?

그것도 자신들이, 자신들을 위해서 개정한 법을 어긴 채 말이다.

옥외광고물법에 의하면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광고물 설치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당들의 현수막은 이러한 규제없이 자유롭게 설치돼,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도로변이나 교차로에서 현수막이 시야를 가리면서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좁은 골목길이나 횡단보도 등 통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시민의 일상과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정치가 시민의 안녕과 행복을 증진시키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평온한 일상,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저해하고 파괴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법령도 예사로 어기고 있다. 정당 현수막의 표시기간은 15일 이내로 정해져 있지만, 이 기간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래 사진의 현수막은 표시기간이 2월 16일까지로 돼 있지만, 이 사진이 찍힌 3월 10일 오후 5시 57분까지도 방치돼 있었다.

필수 정보가 표시 돼 있지 않은 정치 현수막
게시기간을 넘기고도 방치된 정치 현수막 (촬영일 3월 10일)
 정당 현수막 지정게시대 (정치 전용)

무분별하게 건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은 또 누구의 일이란 말인가?

법을 지키지도 않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시민위에 군림하는 것이 4류정치의 모습이다.

법령은 정치 현수막에는 정당의 명칭, 연락처, 표시기간, 설치업체(연락처)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래 현수막에는 이러한 정보가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 명백한 법령을 위반이다. 또한, 정당 현수막 설치 및 관리 가이드 라인에서는 현수막에 기재된 글씨는 현수막 세로 크기의 10% 내외 크기로 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대다수 현수막에 아주 작게 표시돼 있다.

4류 정치는 이제 그만

4류 정치로 지적당하며 비웃음의 대상이 된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4류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정치권이 스스로 특권을 만들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국민의 복리보다 우선시하며,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의 내용을 뭉개고 위반하고, 민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시민들을 위한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방해하며, 현수막 거는것을 최우선의 정당활동으로 여기는 정치, 어리석고 백해무익한 정치다.

우선 현수막 정치부터 그만했으면 한다. 가장 편하고 쉬운 것이 현수막을 거는 일인만큼 국민에게는 가장 성의 없고 감흥도 없는 정치가 현수막 정치다. 내용과 질을 따져도 가장 천박한 정치가 바로 현수막 정치다.

꼭 현수막을 걸어야 겠다면 정당 현수막 지정 게시대로 충분하지 않은가.

현수막이 ‘정당의 통상적인 활동’의 목적이라면 지역 위원장 이름과 얼굴은 빼자.

정당의 입장, 정책을 홍보하겠다는 정당 현수막에 지역 위원장(국회의원)의 이름과 얼굴은 공간과 잉크의 낭비다.

우리 정치, 더는 4류일 수 없다.

4류 정치를 더 나은 정치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현수막 전쟁을 돌이켜보며 정치권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최소한 이류는 될 수 있는 정치를 준비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먼저, 현수막은 시민에게 양보하고 대신 정치인과 당원은 거리로 나와 시민을 만나길 바란다.

시민들에게 실망과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일은 득 될 것이 없다.

막말과 생색과 남 탓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지 분명하게 밝히는 정당활동을 하길 바란다.

봄꽃이 피고 신록이 푸르러지는 계절이 오며 더 많은 상춘객과 관광객들이 거제를 찾을 것이다. 거제 관광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관광객들 보기에 민망하지 않은 거제시 만들기에 정당들이 협조하기를 바란다.

현수막으로 얼룩진 거리를 이제 시민들에게 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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