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태 시인 세 번째 시집 '멸종위기종' 발간
원종태 시인 세 번째 시집 '멸종위기종' 발간
  • 포커스 거제(Focus Geoje)
  • 승인 2020.12.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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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멸종위기종』이 12월 20일 <푸른사상 시선 137>로 출간됐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시인이 자연과의 교감과 사랑을 고백하는 시편마다 자연의 모습을 빌린 우리 삶의 모습과 현실도 담겨 있다. 팔색조, 긴꼬리딱새, 남방동사리, 거제외줄달팽이, 풍란…… 멸종 위기에 처한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자연의 권리를 내세우며 치유와 생명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응인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시인은 꽃과 새와 바닷게뿐 아니라 우리 인간도 멸종위기종이다. 이번 시집 곳곳에서 위기에 처한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들을 만나게 된다. 그는 모든 안테나를 세워 생명을 탐구하고, 안타깝고 따스한 마음으로 이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는 숲의 세계를 통해 화살과 파괴를 넘어 치유와 생명을 탐구한다”고 평한다.

김하기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그의 시는 자연을 담는 그릇이다. 자연의 힘을 빌려 인간 삶의 다양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선명한 스냅 사진을 보는 듯하면서도 묵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자연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투시력과 강인한 마음의 내공이 없고는 덧없는 이슬방울조차 이렇게 단단한 금강석으로 벼려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작가회의 회장이기도한 박덕선 시인은 “화려하나 단단하고 경쾌하게 성찰의 문을 툭툭 치는 시어들로 디스토피아에서 탈출하자고 손을 내민다”면서 “종말의 시계를 멈추고자 그는 몸과 마음으로 뭇 생명들을 지키고자 노력하며 그 결과가 이번 시집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원 시인은 거제도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를 보내고,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지평의 문학』에 「향우회」 외 7편을 게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종도서로 선정된 첫 시집 『풀꽃경배』와 됐고, 두 번째 시집으로 『빗방울화석』을 냈다. 한국작가회의, 경남작가회의 회원이다. 현재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시인은 “나무 한 그루가 팔만대장경이고 숲이 화엄세상이며, 새와 나무는 우리의 형제요 구르는 돌은 우리의 사촌이다. 유한성을 가진 인간은 모르는 것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며 “자연을 경외하고 자연의 권리를 옹호하는 시편들이다”고 자평했다. 128p 값 9500원.

■ 시인 소개

경남 거제도 산골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를 보냈다.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적만 둔 채 주로 시와 사회정치적인 일에 매달렸다. 1994년 『지평의 문학』에 「향우회」 외 7편을 게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러 신문사 기자로 전전하다가 고향에서 작은 신문사를 경영했다. 시집으로 『풀꽃경배』와 『빗방울화석』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경남작가회의 회원이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mail : jtwon21@naver.com)

■ 시인의 말

많은 시들이 숲에서 왔다

나무 한 그루가 팔만대장경이고 숲이 화엄세상이다

걷는 사람은 알리라

숲으로 엮인 존재들을 최대한 많이 호명해주고 싶었으나 사랑이 넓지도 깊지도 못했다

풀과 나무와 새와 짐승을, 그림자를 이야기하느냐고 묻지만 그것은 다 사람 이야기다

새와 나무는 우리의 형제요 구르는 돌은 우리의 사촌이라 하지 않던가

인간의 시간은 얼마나 짧으며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모르는 것 앞에서 꿇을 수 있는 무릎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우리 모두는 멸종위기종이다

귀한 존재로 스스로 서야 하고, 대우받아 마땅하다

팔만대장경을 베어 만든 종이에 서툰 것들을 또 적었으니 미안하고 미안하다.

■ 작품 세계

원종태 시인은 거제 바닷가 마을에 산다. 그가 온 힘을 기울이는 일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생명 탐구이다. 특히,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을 안타깝고 따스한 마음으로 찾아내어 「긴꼬리딱새」처럼 이름을 불러준다. 그가 이름 불러주는 긴꼬리딱새, 남방동사리, 붉은발말똥게, 알락꼬리마도요, 아비, 애기뿔소똥구리, 갯게, 거제외줄달팽이, 팔색조, 풍란은 멸종위기종이다. 그가 불러주는 이름에 응답하면서 이들은 우리 곁으로 돌아와 아름답게, 눈부시게, 애처롭게 빛을 발한다. 남방동사리는 국내에서는 거제도 산양천에만 산다. 밤에 주로 활동하는 이 야행성의 민물고기를 시인은 산속 절간에 매달린 목어와 연결시킨다. (중략)

시인은 ‘우리 모두 멸종위기종’이라고 말한다. 꽃과 새와 바닷게뿐 아니라 우리 인간도 멸종위기종이다. 이번 시집 곳곳에서 위기에 처한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들을 만나게 된다. 만주바람꽃이란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시인은 ‘만주’라는 지명이 주는 아픔과 바람과 꽃이 결합되어 몰아치는 감정을 이렇게 노래한다. (중략)

거제 바닷가 마을에 한 시인이 산다. 그는 자신의 모든 안테나를 세워 생명을 탐구하고, 안타깝고 따스한 마음으로 이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긴꼬리딱새, 붉은발말똥게, 알락꼬리마도요, 아비, 애기뿔소똥구리 들은 멸종위기종이란 이름 대신 그에게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그는 숲의 세계를 통해 화살과 파괴를 넘어 치유와 생명을 탐구한다. 바위와 마삭줄과 방아깨비의 왼쪽 다리로 몸 바꿔 살아가는 존재를 꿈꾼다. ‘새와 나무는 우리의 친구요 구르는 돌은 우리의 사촌이라 하지 않던가.’ 거제 바닷가 마을은 시인의 우주이다.

― 이응인(시인) 작품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그동안 세상에 내놓은 두 권의 시집도 자연에 대한 나지막한 사랑을 노래했으나 특히 이번 세 번째 시집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그의 사랑을 보다 심도 있게 고백하고 있다. 소재로 보면 1부는 움직이는 생물, 2부는 식물, 3부는 산, 4부는 바다다. 하지만 그의 시 「갯게론」처럼 엄격한 경계선은 없고 시집 전체가, 대립의 완충지대인 그의 삶처럼 평화를 갈구하는 시어들로 펼쳐져 있다. 그의 시는 자연을 담는 그릇이다. 멸종위기에 빠진 생태계의 본질과 사랑, 총체적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 자연의 힘을 빌려 인간 삶의 다양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선명한 스냅 사진을 보는 듯하면서도 묵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자연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투시력과 강인한 마음의 내공이 없고는 덧없는 이슬방울조차 이렇게 단단한 금강석으로 벼려낼 수 없을 것이다. ― 김하기(소설가)

시인은 이미 유토피아를 찾아낸 듯하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든 있다고 귀띔한다. 너무 멀리 와버린 현세에서 더 먼 미래 또는 더 먼먼 과거로 돌아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낸 것일 거다. 무겁게 보면 멸종으로 가는 지구시계의 초침을 똑딱 똑딱 메트로놈처럼 울린다. 화려하나 단단하고 경쾌하게 성찰의 문을 툭툭 치는 시어들로 디스토피아에서 탈출하자고 손을 내민다. 태초 모두가 주인이던 원시세계로 돌아가 오롯이 한 마리 동물이 되거나, 풀꽃 한 송이 사라진다고 기억해 줄 이 없는 인간의 세계를 향해 풀꽃의 말을 전한다. 환경운동가로서 생태 수호자의 길을 걷는 시인의 발자국이 꾹꾹 가슴에 찍힌다. 종말의 시계를 멈추고자 그는 몸과 마음과 시로 뭇 생명들을 지키고 그들 곁에서 살아간다. ― 박덕선(시인)

#이응인#김하기#박덕선#긴꼬리딱새#붉은발말똥게#풀꽃경배#빗방울화석#경남작가회의

■ 시집 속으로

긴꼬리딱새              --- 원종태

온몸이 청색 피리다

온몸이 색이고 음악이다

처음 만난 순간을 잊지 못하지

모든 공간은 사라지고 시간은 멈추고

산을 멈췄다 산을 움직이게 한다

산수국이 나비처럼 피면 날아오지

물오리나무 숲에 푸른 물이 흐르고

민물검정망둑이 혼인색으로 빛날 때

청피리를 불며 돌아오지 청피리를 불며

검은 숲을 화살처럼 빠르고 둥글게 쏘다닌다

풀잎처럼 낭창, 꼬리를 보았다 했는데

보이는 것은 소리뿐이다 소리는

눈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귀로 나간다

대낮에도 가재가 기어다니는 컴컴한 계곡에

자체 발광하는 눈테는

영화 아바타의 나비 부족이거나

여름밤 부둣가 긴팔을 내리고

하릴없이 그리던 시거리 빛깔

모두가 사냥꾼이면서 사냥감인 숲에서

발광하는 색과 제 몸의 서너 배 긴 꼬리는

무용하고 무용하며 쓸모없는 것

오히려 죽음을 당기는 시위

시위를 당신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붉은발말똥게         ---- 원종태

이미 물을 떠났으나

물을 버리지 못하여

물과 흙의 경계에 서성거린다

바다를 이미 떠났으나

두 눈 가득 차오르던 짠맛을 잊지 못하여

민물과 바닷물 사이에 집을 짓고

두문불출,

보이지 않는다

갈대숲을 요란하게 헤매고

굴 속에 시끄러운 귀를 밀어 넣어 보았다

죽은 고기를 던져놓고

시간을 접어 바위처럼 기다렸지만

너의 사랑법은 부재 혹은 멸종

갈댓잎은 초승달처럼 얼굴은 베고

설핏 붉은 발이 보였으나

도둑게 한 마리 게게게게

시간을 훔쳐 붉은 해 속으로 건너갈 뿐

너는 없다

없음으로써 너는 어디에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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